뮤지컬 <프로제스>

뮤지컬 <프로제스> 3차 극작 멘토링
일정: 2021년 10월 4일(월) 17시~19시
장소: 대학로 카페
멘토: 박병성 공연칼럼니스트
멘티: 박윤혜 작가

 

박병성 멘토는 “카프카의 작품 세계를 그의 삶을 통해 따라가는 구성이 재미있고, 특히 현실과 환상이 혼재하면서 전개되는 방식이 굉장히 연극적이다.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평했다. 무엇보다도 짧은 시간에 성실하게 대본을 마무리한 점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렸다며 구체적인 멘토링을 시작했다. 

 

카프카의 원작을 극에 녹여내면서 전개하고, 카프카의 현실이 소설로 연결시키는 구조가 흥미롭다. 카프카의 모노드라마에 가까운 작품이긴 하지만 두 명의 실제 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카프카 이외의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막스의 경우는 ‘살리에르 송’을 두 곡이나 부르는데 실제로 욕망을 드러내는 액션이 없다. 펠리체 역시 어떤 생각을 가진 인물인지, 베를린까지 찾아온 카프카에 대해 어떤 마음인지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카프카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그의 캐릭터 역시 명확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어서 그의 성격이 드러나는 반응이나 행동들이 좀 더 있으면 좋겠다. 

 

막스의 집을 방문할 때 손잡이를 깨끗이 닦는 행동을 하는데 이런 동작 하나가 인물의 성격을 보여준다. 이런 요소들이 중후반부에도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 이를테면 카프카가 펠리체에게 편지를 보낸다. 지금은 막스의 제안으로 편지를 쓰게 되는데 그게 아니라 이미 편지까지 다 써놓고 스스로 보낼 수 없다고 결정해 버린 상황으로 만든다면. 그의 철두철미하면서도 자신감이 결여된 성격이 보일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예이고 지금의 드라마의 동선 안에서 인물의 개성을 보여줄 상황이나 장면들을 넣어주면 조금 더 생생하게 다가올 것이다.

 

카프카와 펠리체의 첫 만남이 매우 중요하다. 카프카는 펠리체를 만나고 소설을 쓰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갈 용기를 낸다. 그렇다면 펠리체의 첫 만남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어야 한다. 카프카가 펠리체에게서 본 희망이 지금은 잘 보이지 않는다. 단지 ‘산책’이라는 노래가 휴식 같은 존재로서의 펠리체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 노래를 부르기 전에 좀 더 카프카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있어야 한다. 펠리체라는 인물을 좀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주어야 관객들도 그녀와의 평범한 일상을 위해 문학을 버리는 카프카를 이해할 수 있다. 반대로 펠리체 입장에서 왜 카프카를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되는지 충분히 납득되지 않는다. 지금 카프카의 행동을 보면 거의 강박증적인 스토커와 망상증으로 보인다. 문학에 대한 동경마저 없는 펠리체가 어떻게 그런 카프카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예민하고 강박적이지만 빠져들 수밖에 없는 카프카만의 매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현재의 극 구조는 기승까지 갔는데 ‘전’을 제대로 밟지 않고 급하게 결론이 내려진 느낌이다. 베를린에서 현실과 환상이 혼재해서 갈등하면서도 펠리체와의 평범한 삶을 꿈꾸며 좀 더 노력하는 장면을 넣는 것은 어떨까. 실제로 카프카는 베를린에서 직업을 찾는 등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한다. 이러한 장면을 좀 더 작품 속에 넣어서 카프카와 펠리체의 노력으로 보여주고 그럼에도 결국 다시 환상과 현실을 혼동하며 소설을 쓰게 될 때 카프카에게 문학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올 것 같다. 

 

작품은 카프카의 소설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의 무죄를 증명하라’는 명제를 반복한다. 그것이 악몽 같은 소설을 써나가는 카프카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그의 존재를 묻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그가 긴 여정을 통해 어떤 것을 얻게 되는지 성장하는 모습이 보였으면 한다. 그래서 마무리를 ‘문 앞에서’로 끝내도 좋을 듯하다. 프롤로그와 같은 질문이지만 이제는 무죄를 증명해야 문이 열리는 상황을 당황하지 않고 묵묵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의 성장이 보일 것 같다. 

 

그 외 지금 대부분의 노래가 솔로곡으로 상황을 설명하는 가사로 되어 있다. 듀엣이나 3명의 합창 등 좀 더 다양한 음악을 구성해야 한다. 노래의 가사가 설명하는 내용이 너무 많다. 정보 전달을 안 할 수는 없겠지만 노래로 정보 전달이 잘 안된다. 상황 설정 속에서 그 상황을 당하는 인물들의 감정을 담아내는 가사였으면 좋겠다. 구체적인 가사는 좋으나 너무 설명적이진 않았으면 좋겠다. 애초에 이 작품을 왜 쓰려고 했는지 초심을 잃지 않고 제대로 진행하고 있는지 가끔씩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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