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6

창작특강1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명한 의사소통

일시: 2021년 8월 11일(수) 오후 2시~3시
방식: 온라인 줌 강의
강사: 오루피나 연출가

 

<호프>, <검은 사제들>의 오루피나 연출가는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당부의 말로 시작했다. 창작자의 실력을 떠나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완벽한 대본과 음악이 나오기 힘들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는 이야기의 흐름이나 캐릭터를 중심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 실제 무대에서 구현할 때는 차이가 크게 생긴다. 그런 점을 고려해 유연하게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 

 

 

대본과 음악의 중요성
뮤지컬 작품의 근간은 대본과 음악에 있다. 프리 프로덕션에서 작가와 작곡가가 어느 정도 호흡을 맞추고 준비되었느냐에 따라 프로덕션 단계의 효율성이 달라진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작가가 송 모먼트를 정한다. 작업을 하다 보면 작가가 생각하는 음악과 작곡가가 상상하는 음악이 다를 때가 굉장히 많다. 작가와 작곡가가 음악에 대해 구체적인 대화를 많이 나누어야 한다. 작가는 이야기의 흐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작곡가는 작품의 스타일이나 그에 맞는 노래 장르를 좀 더 큰 틀에서 생각한다. 캐릭터별로 악기나, 장르적인 테마 등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가능하다면 레퍼런스를 통해 만들고 싶은 곡을 공유하는 게 좋다. 그런 의미에서 송 모먼트를 작가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작곡가도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것이 좋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배우와 만나 연습하다 보면 곡 양에 대한 밸런스도 중요하다. 곡의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든가 배우 별로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원하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창작 단계에서 이 부분을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 <호프>에는 주인공 호프의 솔로곡이 한 곡밖에 없다. 작품에서 호프라는 캐릭터는 과거를 관조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노래를 많이 부를 필요가 없다. 타당한 이유가 있었지만 공연 시간 1시간 50분 동안 주인공의 솔로곡이 한 곡만 있어도 될지, 컴퍼니 차원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같이 해주셨던 배우들이 작품의 특성을 이해해주어서 캐스팅에 응해 주었지만, 캐스팅을 거절한 배우 중에는 노래가 너무 적다는 게 이유인 분도 있었다. 

 

캐릭터의 표현
창작자가 가장 먼저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존재는 관객이 아니라 배우이고 같이 일하는 스태프이다. 캐릭터가 대사(가사)와 음악으로 드러나야 한다. 말투로, 움직임으로, 음악의 스타일이나 장르로 캐릭터를 보여주어야 한다. 과거에는 연출이나 배우가 대본을 좀 가볍게 여기고 연습 과정에서 고치는 경우가 꽤 있었다. 지금도 그런 상황이 종종 벌어지지만 예전에 비하면 대본을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대사 하나, 지문 하나 대본 안에서 답을 찾기 위해 연구하듯이 본다. 그러니까 캐릭터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대본 안에 충분한 근거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시선의 처리와 같은 구체적인 행동 지문 등 캐릭터를 알 수 있는 힌트를 주는 게 좋다. 연출가나 배우들은 그런 것을 발견하는 걸 좋아한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작품 안에서 시작과 마무리를 맺어주는 것이 좋다. 보통 대본에서 캐릭터의 등장하는 이유는 잘 만들어주는 편이다. 그런데 인물의 마무리를 하지 않고 끝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극 초반에 인물을 소개하고 상황을 설명하는 데 집중하지만 중후반부로 갈수록 사건을 펼치고 해결하는 데 힘을 쏟다 보니까 앞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아무런 정리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모든 캐릭터를 다 정리해 주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조연 캐릭터까지는 마무리해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조역을 마무리해 주지 않으면 인물의 단단함이 사라져서 주역이 살지 않는다. 

 

 

그 밖의 고려할 사항
대본에서 지문은 스태프나 배우가 대본을 분석하는 데 대사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작가들 중에는 배우의 자유로운 연기를 배려해서 구체적인 지문을 안 쓰는 분도 있는데, 배우나 2차 창작자들은 작품을 이해하는 데 지문이 큰 힌트가 된다. 

 

작곡가 중에는 매 장면마다 새로운 곡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고 있는 분이 있다. 매번 새로운 곡을 쓰기보다는 리프라이즈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음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이 되는 대사도 마찬가지다. 리프라이즈를 적절히 사용하면 작품을 보다 쉽게 이해시킬 수 있다. 처음엔 궁금함이나 의문이 들다가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이중적인 의미의 대사를 사용하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다. 

 

드라마를 잘 보여주는 음악이 뮤지컬적으로 좋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킬링 넘버가 부각되지만 오히려 이런 곡은 쓰기가 쉽다. 더 중요한 것은 드라마와 밀접하게 붙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노래다. 이런 곡들은 관객이 잘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곡을 잘 써야 드라마에 집중시킬 수가 있다. 주요 모티브라면 이때도 리프라이즈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좋다. 

 

작가와 작곡가는 처음 작업할 때는 무대화를 생각하지 않고 이상적으로 작업하는 것이 맞다. 상황이나 환경을 배려해서 작업을 하다 보면 작품의 가능성을 충분히 펼치기 힘들다. 2차 창작자와 만나 무대화하는 일은 또 다른 과정이다. 그러한 작업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충분히 소통해야 각자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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