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6

창작특강2
뮤지컬의 드라마와 캐릭터에 따른 음악 창작 과정

일시: 2021년 8월 11일(수) 오후 4시 20분 ~5시 20분
방식: 온라인 줌 강의
강사: 민찬홍 작곡가

 

창작특강2에서는 뮤지컬 <빨래>, <랭보> 등의 민찬홍 작곡가가 본인의 작업 과정을 공유하며 강의를 진행했다.

 

뮤지컬 음악 작곡에서 중요한 것
뮤지컬은 음악이 스토리를 전달하며, 뮤지컬의 텍스트는 글과 음악의 결합이다. 작품을 드라마나 글로만 구성하지 않고, 음악의 정서와 스타일, 감수성으로도 함께 채워야 한다. 작가는 음악이 표현할 수 있는 자리를 대본상에 마련해야 한다. 작곡가는 자신의 의도와 해석을 음악적 장르·구조에 구현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작품의 캐릭터, 이야기, 주제까지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장르가 작품의 주제를 대변하는 예로는 내용의 전복성을 록으로 표현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있다. 음악 장르로 작품의 배경, 캐릭터, 작품의 정서를 표현한 작품으로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인 더 하이츠>, <해밀턴>을 들 수 있다. <해밀턴>은 연설에 뛰어난 캐릭터를 힙합 장르로 표현하여 음악으로 캐릭터의 특징을 잘 드러냈다. <스위니 토드>는 음악의 모티브가 작품의 주제를 관통한 예이다. 그레고리안 찬트(성가)인 ‘진노의 날’을 모티브로 음악의 상징성과 작품의 내용·주제를 연결했다.

 

뮤지컬 음악의 스타일 결정
뮤지컬 <랭보>는 시인 랭보와 베를렌느의 이야기로, 랭보의 친구, 들라에가 랭보의 마지막 편지를 찾아가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작품의 전곡 모두 시를 바탕으로 가사를 썼다. 이 점에 집중하여, 유럽 예술가곡 형식을 차용해 가사가 잘 들리는 선율을 선택했다. 그런데 랭보는 프랑스 시인이며 예술가곡은 독일에서 주로 발전했다. 프랑스에서도 후기 낭만 시대 이후에 작품이 많이 나왔으나 당시의 어려운 어법을 곡에 녹여내기 쉽지 않았다. 또 작품도 배경보다는 인물에 집중하고 있는 드라마였기 때문에 시대나 국적은 많이 의식하지 않고 작업했다. 

 

<랭보>의 세 명의 캐릭터를 음악적으로 다르게 표현하고자 했다. 베를렌느의 시는 서정적이며 가사 같은 시로써 선율을 붙이기 적당해, 예술가곡 형식을 주로 사용했다. 들라에는 예술가가 아닌 평범한 인물에 가까워, 비교적 담백하고 소박한 선율을 많이 썼다. 클래식보다는 팝적인 스타일을 가미해 작업했다. 

 

반면, 랭보는 캐릭터도 색깔이 강하고 그의 시 역시 난해해서 고민이 많았다. 랭보의 시는 난해하기도 하고 번역 시라 원문의 리듬감이나 라임이 살아있지 않았다. 시의 복잡한 의미를 모두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극에서 어느 정도 의미가 전달될 수 있도록 단순화하는 작업을 거쳤다. 하지만 여전히 정통적인 클래식 음악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웠고, 예술적으로 진보적인 랭보의 캐릭터에도 클래식 음악이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록 음악을 접목했다. 다른 곡들과 조화를 이루고, 소극장에서의 악기 편성을 많이 할 수 없으므로 록 장르로 진행하지는 않았다. 랭보의 첫 번째 솔로인 ‘취한 배’에서 기타 리프를 넣고, 피아노 위주의 강한 표현을 할 수 있는 악기로 구성했다. 전체 톤을 맞추면서도 캐릭터의 대비를 보여줄 수 있었다. 길고 장황한 시어를 기존의 4/4 박자 안에 담기 어려워, 6/4라는 독특한 박자로 진행했다.

 

테마 곡과 리프라이즈
보통 뮤지컬을 작곡할 때 이 작품을 대표할 수 있는 넘버가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작업하는 편이다. 그 넘버를 기준점·방향키로 삼아, 다른 넘버도 작업한다. 각 작품에서 대표 넘버가 무엇이고, 그 넘버가 다른 부분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해 보면 좋겠다. 단순하고 기계적인 리프라이즈보다 리프라이즈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형성하는 것이 더 좋다. 

 

보통 조성의 높낮이를 통해서 작품의 흐름을 반영하는 편이다. <랭보>는 랭보의 죽음에서 시작해 랭보가 마지막에 찾은 깨달음으로 끝나기 때문에 조성을 통일하는 과정을 거쳤다. 마지막 넘버, ‘영원’은 1번 넘버와 연결을 위해 모티브와 피아노 선율을 활용하여 끝맺었다. 

 

또 다른 예로 뮤지컬 <렛 미 플라이>를 들었다. <렛 미 플라이>는 1969년에서 살던 청년이 하루아침에 2020년에서 눈을 떠 노인이 되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1969년의 음악들을 많이 참고했다. 하지만 작품이 동화적 성격이 강한 판타지 코미디 장르고 주인공이 청년의 마음을 가진 노인이라, 시대성을 살리는 것보다 젊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렛 미 플라이>의 ‘미치겠네’는 노인 상태로 깨어난 청년이 할머니와 다투는 코미디 송이고, ‘미래 탐사’는 미래를 연구해서 성공을 위해 과거로 돌아간 노인이 과거 청년과 함께 부르는 신나는 곡이다. ‘미치겠네’의 선율과 ‘미래탐사’의 피아노 반주를 리프라이즈해, 주인공에게 있었던 일을 풀어주는 미스터리 플롯에 활용했다. 같은 모티브지만 의미는 완전히 뒤집히는 부분이라 흥미롭게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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